기억하시는 숨소리가 있으시나요?
아직도 귀에 생생히 들리는 숨소리가 있습니다.
숨을 쉰다는 것, 호흡을 한다는 것은 내 몸 속의 각 세포들이 살아
각기 제 할 일을 잘 하고 있다는 증거죠.
이 토댁인 국민학교 댕길때도 씩씩하니 뼈대 튼튼한 건강아였습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그때 울 아빠는 작은 금은방을 하셨습니다.
아시죠? 귀금속을 파는 곳...넘 영세하여 걍 금은방으로 하겠습니당.
시장가에서 몇십년을 하셨으니 모르는 사람없고, 근처 대학의 교수님들도 왕래가 있었죠.
사람 선 하다 소문나 오랜인연을 두고 찾는 분도 계셨고,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듯이 사람 잘 믿는 것을 이용해 사기를 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럴떄 마다 속은 상하셨겠지만 내가 더 조심해야지, 오죽하면 그랬겠나...였습니다.
그 날도 일년 365일이 똑 같은 다람쥐 쳇바귀 도는 생활을 하시는 그날.
추석 전날도 아침 9시면 가게 문을 열고 청소를 하셨습니다.
추석 전날 엄마랑 동생을 할머니댁에 가셨고,
전 아빠 가게에 들렀습니다.
귀금속은 예쁘게 진열장에 진열했다가 문을 닫을때면 금고에 다시 넣어두어야 합니다.
넣었다 다시 꺼내 진열하는 이 번거로운 일도 근자에 생긴 일이었습니다.
비오는 날 진열해 두었던 귀금속을 홀랑 도난 당했거든요..
그 바람에 한달은 앓아 누워계셨죠..^^;;
아마 집 두채는 휘리릭 날아갔죠.
금고에 넣으면서 토댁인 새로 세팅된 반지 목걸이는 전부 목에 걸어 보고 손가락에 껴 보고..
아빠랑 예쁘니 안 예쁘니 생쇼를 합니다.
"미정아, 니 손가락은 반지가 어울리지 않는다.
귀가 예쁘니 이 담에 애인한테 반지 말고 귀걸이 사 달라 해라"
"내 손가락이 어떄서...흥....'
삐지긴 하지만 제가 봐도 반지는 영 ~~~아닙니다..
지금도 귀걸이만 쪼아라합니다...ㅎㅎ
(이 사실을 어쨰 아셨는지 호박언냐가 귀걸이를 선물로 주셨졍.^^)
정리를 일찍이 끝내고 자건거를 꺼내십니다.
그 때는 차가 없었습니다. 울 집은 말입니다...ㅎㅎ
짐을 실는 커다란 자전거 뒤에 이 토댁일 앉히시고 출발합니다.
그의 어머니댁인 울할머니댁으로...
버스로는 일곱번의 정류장을 거쳐야하는 거리였습니다.
아주 튼실한 저를 뒤에 태우고 아빠와의 수다를 떨다 어느 떄 부터는 둘 다 말이 없어집니다.
힘이 드신 게지요.
보통 s라인의 몸매에 해당하는 무게를 지닌 저를 태우고 한참을 달리셨으니 ...^^;;
저 역시 미안해서 몸에 힘을 팍 주고는 엉덩이를 살짝들어봅니다.
혹시 그러면 덜 무거울까 싶어서...<---바보! ㅋㅋ
조용한 침묵 속에서
따뜻한 아빠의 등으로부터 전해오는
쿵 쿵 쿵 쿵.....
아빠의 심장소리..열심히 펌프질 하는 심장의 외침..
그리고 그 펌프질에 맟춰 페달을 밟으며 호흡하는 숨소리....
헉허헉..
가만히 등에 귀를 대고 들어봅니다.
쿵쿵쿵 헉허헉 ......
그 때도 그 소리들이 아빠의 힘든 삶의 소리로 제 귀에 들려왔습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삶의 숨소리입니다.
그리고,
제가 들은 마지막 숨소리....
얇게 들릴 듯 말듯한 산소호흡기 너머로 들려오는 작은 소리...
감기 한 번 하지 않던 어느날 소화가 되지 않아
찾은 병원에서 간염인 듯 하다고 진단받고 얼마지 않아
복수가 차고 간경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아마 명석이가 백일지 지난 무렵인가 봅니다.
백일, 돌..이런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토댁인지 유행처럼 찍어주던 백일사진도 없이 백일을 지났습니다.
결국 병원에 계신 아빠의 어명으로 찍었는데 그 사진을 마지막으로 보셨습니다.
아빠의 기억 속에 명석인 아직도 백일 지난 갓난아이겠죠.
2.45kg의 팔삭둥이 유난히 작은 아이로 기억하시겠죠.
남기신 유일한 사진입니다.
첨으로 의예과로 편입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한 그 날 밤은 그렇게 찾아왔습니다.
시골생활 모른체 남편따라 살러 간다는 딸이 안타까와 걱정하시며,
농사를 모르고 농사 지으러 가는 착하디 착한 사위를 걱정하시며
팔삭둥이 첫 손자를 잘 키워야 한다고 엄명을 내리시면서
그렇게 의식을 흐리시며 작은 쉼을 쉬셨습니다.
중환자실의 긴박감 속에서
살려고 왔는데 그 삶을 놓아야 하는 순간을 힘들게 맞으시면서 흘리시던
눈가에 맺힌 눈물울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리고 내 뿜으시는 작은 숨소리........
그 옛날 힘 내어 페달을 밟으시며 힘차게 들리던 그 숨소리가 아닌
이제는 놓아야하는 삶을 마감하며 힘들게 내놓던 얇디 얇은 숨소리였습니다.
다시는 들을 수 없는 내 아빠의 숨소리...
그러나 난 기억합니다. 내 아빠의 숨소리....
힘겨운 삶을 선하게 살며 노력하시며 호흡하시던 숨소리를 떠 올립니다.
내가 힘들때......기대고 싶은 벽이 필요할때....그리고 아빠가 무지무지 보고 싶을때...
오늘에 살아가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사랑했던 아빠의 숨소리를 기억하며 ......
당신은 들어 본 적이 있으십니까? 아빠의 숨소리를....
오늘이라도 달려가 안겨보세요..작아진 심장에서 들려오는 삶의 소리를...
자 휴대폰 열고 눌러 볼까요?
"여보세요? "
"아빠! 저 예요" 라고... 해 봐요! ^^
*** 이 포스트를 올리는데 몇일이 걸렸네요.
첨 시작은 데보라님의 이벤또 상품에 눈이 멀어 시작하긴 했지만
언젠가 한번 써 보고 싶었던 아빠의 이야기이랍니다.
걍 읽어주심 감사...^^
*** 데보라님의 이벤또에....데이트 장소를 적어달라하셨는데
전 어디든 자전거를 함께 타 보심 어떨까 합니다...
그의 등에 기대어 숨소리와 두근두근 뛰는 심장소리를 들어보세요.







Comment List
"한순간의 최악에 대처하고자 늘 최선으로 존재하는 사람"
http://namu42.blogspot.com/2007/06/blog-post_21.html
제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다녀왔습니다.
늘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토댁입니다.
건강히 지내시죠??
전 할 말이 없습니다......
오일...
저도 할 말이 없슴둥..아잉..
아버지의 숨소리.. 아 정말 가슴이 아려옵니다. ^^ 정말 오랜만에 러브레트를 받는 기분입니다.
데보라님께 감사드려요,
꼭 한번 써 보고싶었는데 님의 포스트로 인해 시작을해 보앗네요.
며칠을 걸쳐 쓰면서 그 날들이 너무 또렷이 다가와 힘이 들었는데 그래도 다시 만난 아빠의 모습에서 힘을 얻었습니다. 그힘으로 또 몇일을 살아봅니다.
늘 좋은 날 되세요..
비밀댓글입니다
늘 함께 한다는 생각을 해서일까요. 토댁님 글을 읽으면서 가까이에 계심을 감사하게 되네요.
좋은글을 읽게 해준 토댁님께도 감사해요^^
어멋..부끄럽습니다.
이런 과찬을 해 주심 토댁이 쪼아라합니다...ㅎㅎ
걍 이런 불효녀가 있었군...하십쇼..
좋은 날 되세요~~감솨하여요^^
토댁님.. 얼마나 그리우세요..
저는 상상만해도 무섭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제게도 그런 날이 오겠지요....
오늘 오후에 통화했을때.. 똑순이 감기 오래간다고 걱정하시며
'똑순이 귀에 전화기 대봐라' 하시더니 '똑순아, 외할아버지다 많이 아프냐- 어서 나아서 씩씩하게 잘 놀아라' 하시던 우리 아빠.
똑순이가 전화를 자꾸 빨려고해서 제대로 인사도 못드리고 급히 끊었는데...
토댁님 말씀대로 지금 얼른다시 전화드려야겠습니다.
아버지의 등, 아버지의 숨소리, 아버지의 사랑... 오늘도 토댁님을 따뜻하고 든든하게 지켜주고 계신 것같아요.
그러게요..
전 늘 내 등뒤에 누가있음을 느낄때가 있습니다.
가끔 나와 같은 곳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때문인지 아직 옳치 않은 행동은 하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네요.
내가 보는 곳을 같이 보고 계시기에
전 늘 즐겁게 사나봅니다. 그 분도 즐거우시리라 생각하면서..
참,울 똑순이도보고계시겠군요.ㅎㅎ
감기로 힘드시지는 않는지....조심하세요^^
가슴 아프고..한편으로 가슴과 눈시울이 찡해 오는 글 감사합니다..
전 아빠 숨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요
아주 어릴적부터 떨어져 살다가...대학교때 돌아가셨으니...
아마 우리 딸기들을 이뻐하셨을텐데...
무거워졌네요^^*
오늘도 울 토마토가족이랑 행복하세요~^*
아빠이신해피님..
님은 두 따님에게 숨소리 들려주세요.
아빠와이 추억이 많은 아이들이 성장해서도행복하다는
유아교육자들이 말이있답니다. 그만큼 아빠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겠지요.
좋은 아빠 화이팅!!
읽고 나니 마음이 짠하네요
한번씩 이렇게 생각하고, 그리워하시는것을
아실것 같아요..
그러시겠죠..
제가 힘든 모습말고
행복해하는 모습만 보셨으면 좋겠어요..ㅋㅋ
행복한 오늘 되세요~~
아버지의 숨소리....좋은 곳에서 편하게 쉬고 계실겁니다..
저도 사실 아버지에 대한 글을 네번 정도 시작했다가 아직도 쓰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아버지의 까칠까칠하고 상처 많은 그 손...제 가슴 한켠에 그대로 남이 있는 그 느낌...아 저도 언젠가는 꼭....
님이 기억하시는 아버지의 모습도 간절하시겠지요^^
기다릴꼐요. 들려주세요~~
오늘도 용현이랑 행복하시죠?
동상 축하드리려고 들렸다가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오늘..저녁에 아빠한테 전화한통 또 드려야겠어요...
얕보다 큰일날듯.. 일진이었다는데..